김동환, 이진우, 정영진의 <신과 함께>를 듣다가 주식 관련 서적 유명 번역가 이건 선생님의 추천 서적 중에 <행운에 속지마라>가 있어 귀가 쫑긋했다. 경제 독서 모임 최초 주제 서적이었던 <행운에 속지마라> 참으로 어려운 책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이 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인 듯하다. 아직 초보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량을 많이 다져두고 다시금 여러 번 읽어보는 식으로 접근해야할 듯하다.


<Part 2 타자기 치는 원숭이 中 타자기 자판>

 분석가들은 잘못된 역학이 승패를 결정하게 되어 당찮은 상품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데, 이때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쿼티(QWERTY) 자판이다. 전혀 타당하지 않은 타자기의 자판 배열이 성공한 사례다. 쿼티 자판은 사실 타자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타자 속도를 늦추는 방식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제조 기술이 부족했으므로, 리본이 엉키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이후 더 성능 좋은 타자기와 컴퓨터 방식 워드프로세서가 개발되면서 자판 배열을 합리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사람들이 쿼티 자판에 너무 익숙해져서 습관을 바꾸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우가 스타의 위치에 오르는 과정이 나선형으로 진행되듯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런 과정을 억지로 합리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을 경로 의존적 결과(Path Dependent Outcome)라고 부르는데, 이 때문에 행동을 계량 모델화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었다.


 정보 시대에는 사람들의 취향이 동질화되기에 이런 불공평한 결과가 더 첨예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의 취향을 사로잡는 자가 거의 모든 고객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엄청난 행운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게이츠가 탁월한 능력, 근로 윤리, 지성을 갖췄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과연 최고인가? 그런 대성공을 거둘 자격이 있는가? 분명히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윈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순전히 순환 효과이며, 경제학자들은 '네트워크 외부 효과(Network Externalities)'라고 부른다. 그의 소프트웨어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쟁자들은 게이츠의 성공을 지극히 부러워한다. 자신은 단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반면, 게이츠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런 현실은 분명한 이유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거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한 자(기술적 우위나 역량이 있는 자)가 승리한다고 주장하는 고전 경제학 모델과도 배치된다. 경제학자들은 뒤늦게야 경로 의존 효과를 발견했고, 이 주제에 관해서 결론이 뻔한 논문들을 대량으로 발표했다. 예를 들어, 산타페 인스티튜트에서 비선 형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브라이언 아서는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우연한 사건과 긍정적 피드백이 결합하여 경제적 성공을 결정한다고 저술했다. 초기 경제 모델에서는 우연성을 배제했지만, 아서는 "뜻밖의 주문, 변호사들과의 우연한 회의, 경영진의 변덕 등이 기업의 초기 매출을 좌우하고, 나중에는 기업의 지배력을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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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아무리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 그 대체군으로 나타난다한들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항상 옳은 선택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체계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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