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불화설이 다시 점화됐다. 지난 주말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이른바 '삼성 투자 구걸' 논란에 휩싸인 데이어, 9일에는 장 실장이 활동한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선 전 정의당 의원이 SNS에 청와대-정부의 갈등설을 제기하면서다. 두 건 모두 구체적인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정황상 장 실장과 김 부총리를 두고 나온 얘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사자인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이런 불화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주말 "(청와대가) '구걸하지 말라'라고 한 발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9일 박 의원의 SNS에 대해서도 "언론인들의 추측이고 그 추측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박 전 의원과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는데 '그럴 것이다'라고 보도가 나온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활발하게 현안을 상의하며 소통하고 있다"며 "각종 오해로 인해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둘 간의 갈등설은 이미 관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사람은 이미 최저 임금 이슈나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의 방향과 속도 등을 두고 잦은 의견 충돌을 보여 왔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간단하게 하기로한 회의 자리가 둘 간의 설전으로 수 시간 이어진 적도 있다"며 "(갈등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분위기는 대강 맞는 편"이라고 전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6일 "장 실장이나 김 부총리가 모든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이견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관가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두고 '장앤김이냐, 김앤장이냐'하는 지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 청와대-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갈등의 근본 원인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시각차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이후 일자리가 줄어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되레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의 투자촉진을 북돋는 '혁신 성장'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돈이 돈다는 것이다.


 반면 장 실장은 소득이 시장이 분배되고, 그 돈이 다시 내수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세한 방향 조정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이를 위해 좀 더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김 부총리를 재정 투입의 부작용도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잦은 논쟁을 거치며 서로 감정도 상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6일 조찬회동을 시작으로 격주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두 번째 회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해외출장 등 일정상 문제를 들고 있지만 최근 벌어진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장 실장은 김 부총리를 관료 특유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보고, 김 부총리는 장 실장에 대해 시민단체 출신이라 실물-거시경제를 잘 모른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물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탐이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결과가 해법이 아닌 갈등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들의 입장차는 국민에게 '정책 혼선'만 부각시켜 경제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밀고 나가자 일부 진보 진영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 최근 불거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시장과 기업 입장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보내는 신호가 그때 그때 다르다보니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는 더 큰 혼선을 우려해 두 사람의 역할의 명확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성호(더민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업무 분장상 김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 맞다"며 "장 실장이 대통령께 조언하며 정부와 조율하되, 경제 정책 수립이나 집행은 김 부총리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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